서른이 되기 전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대학 나와서 대기업에서 기획이랑 운영 쪽 일을 했는데, 어릴 때부터 교육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마음 한편에 있었거든요. 수능 이후로 장기간 책상 앞에 앉아본 적이 없어서 공무원 시험에 발을 들이기가 겁났습니다. 몇 주를 망설이다가, 그래도 지금 안 하면 평생 후회하겠다 싶어서 교육행정직 9급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질적으로 공부한 기간은 약 6개월이었고, 그해 지방직 시험에서 합격했습니다. 처음부터 6개월 만에 끝낼 생각은 없었어요. 인강은 반년 먼저 신청해뒀는데 개인 사정으로 하반기 석 달은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했거든요. 그 시기엔 인강만 틀어놓고 대충이라도 1회독 하자는 마음으로 버텼고, 해가 바뀌고 나서야 하루 순공 10시간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왜 하필 교육행정직이었나
직렬을 정할 때 제일 고민한 건 제 전공이 교육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교육행정직은 전공과목으로 교육학이 들어가는데, 교육학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으니 이게 발목을 잡을까 봐 걱정이 컸어요. 그런데 커뮤니티랑 유튜브를 며칠 뒤져보니, 교육학은 비전공자도 요약집 회독으로 충분히 잡는다는 후기가 많더라고요. 실제로 해보니 그 말이 맞았습니다.
교육행정직을 고른 또 하나의 이유는 면접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었습니다. 직렬마다 면접 색깔이 다른데, 압박 면접이 세기로 소문난 곳도 있잖아요. 저는 필기에 집중하고 싶어서, 면접에서 크게 갈리지 않는 직렬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다르니, 다른 직렬 후기도 같이 읽어보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결정 전에 세무직 9급 합격수기랑 사회복지직 9급 준비 후기도 훑어보면서 과목 구성과 경쟁률을 비교했습니다.
6개월 동안 하루를 이렇게 굴렸습니다
저는 주로 집에서 인강을 들으며 공부했습니다. 학원 자습실이 잘 맞는 분도 있는데, 저는 통학 시간이 아까워서 집을 택했어요. 대신 집은 침대가 바로 옆이라 눕고 싶은 욕구와 매일 싸웠습니다. 이게 온라인 학습의 최대 단점이더라고요. 자율성이 보장되는 만큼 나태해지기도 쉬웠습니다.
기상 시간은 조금 유동적으로 뒀습니다. 전날 순공 10시간을 채웠으면 다음 날은 스스로에게 30분 늦잠을 보상으로 줬어요. 다만 기상은 오전 8시, 취침은 새벽 1시를 넘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루 흐름은 대략 이랬습니다.
- 오전: 기상 직후 전날 외운 영단어 복습, 홈트로 몸 깨우기, 오늘의 영단어 100개
- 낮: 개념 강의 또는 기출 풀이 (취약 과목 위주)
- 저녁: 식사 후 짧은 휴식
- 야간: 기출 또는 실전 모의고사, 틀린 문제 단권화 노트에 추가
피곤한 아침에는 하프 모의고사를 풀면서 잠을 깼습니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 시간에 억지로 개념 강의를 트는 것보다, 손을 움직이는 문제 풀이가 각성에 훨씬 나았어요.

과목별로 무엇을 얼마나 했나
교육행정직 9급은 국어, 영어, 한국사 세 과목에 전공인 행정법, 교육학을 더한 5과목입니다. 저는 과목마다 시작점을 다르게 잡았어요. 기본 베이스가 있는 과목은 바로 기출로 들어갔고, 생소한 과목만 이론 강의를 붙였습니다. 실제로 투입한 시간과 회독 수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과목 | 시작 방식 | 회독/분량 | 체감 난이도 |
|---|---|---|---|
| 국어 | 문법만 강의, 나머지 기출 | 한자·어법 집중, 기출 3회독 | 중 |
| 영어 | 단어 + 구문부터 | 하루 단어 100개, 독해 매일 | 상 |
| 한국사 | 개념 요약 1회 후 기출 | 기출 4회독 | 중하 |
| 행정법 | 개념 강의 필수 | 기출 + OX 반복 | 상 |
| 교육학 | 기출 먼저, 요약집 회독 | 요약집 10회독 이상 | 중 |
국어는 한자와 어법만 잡으면 나머지는 짧은 수능형과 비슷해서 공부량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시험 직전 한 달은 한자 족집게 강의를 가볍게 들었는데, 거기서 본 두 글자 한자 표기가 실제 시험 선지에 그대로 나와서 소거법으로 맞힌 적도 있어요. 운도 따랐다고 봅니다.
영어는 제일 자신이 없던 과목이라 시간을 가장 많이 부었습니다. 오래 손을 놨더니 단어부터 무너져 있어서, 매일 아침 100개씩 외우고 공부 끝나기 10분 전에 그날 본 단어를 다시 확인하는 식으로 반복했어요. 이 루틴만 지켜도 단어 문제에서 발목 잡힐 일은 없었습니다.
한국사는 분량이 제일 방대하지만 정작 시험에 나오는 부분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저는 개념 요약 강의를 한 번 들으면서 전체 흐름만 잡고, 그다음은 기출만 주야장천 풀었어요. 그렇게 4회독쯤 하니 지문 앞부분에 나오는 왕 이름이나 특정 사건만 봐도 답이 어디로 가는지 보이더라고요. 현대사 파트는 강의마다 결이 조금씩 달라서, 정치색이 옅고 문제만 깔끔하게 짚어주는 강의로 갈아탄 게 저한테는 잘 맞았습니다.
행정법은 초시생이 가장 힘들어하는 과목이라고들 하는데, 저도 그랬습니다. 용어는 생소하고 지문은 꼭 한 글자씩 바꿔서 실수를 유도하거든요. 두꺼운 책에 겁먹지 말고 개념 강의로 용어부터 익힌 다음, 기출과 OX 문제를 반복하니 나중엔 단어 하나만 봐도 맞는 지문인지 감이 오더라고요.
교육학은 끝까지 애를 먹인 과목이었습니다. 비전공이라 처음엔 기출부터 풀면서 해설 강의를 듣는 식으로 접근했는데, 분량이 워낙 많은 데다 어디서 무슨 문제가 나올지 종잡을 수가 없었어요. 마지막엔 요약집만 열 번 넘게 보면서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실제 시험에서 처음 보는 지엽적인 문제가 두어 개 나와서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학에 무한정 시간을 쏟기보다, 요약집 회독으로 기본을 채우고 남는 시간은 확실하게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국어와 한국사에 투자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비전공자라면 교육학을 완벽히 정복하겠다는 욕심보다 이 전략이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단권화와 회독, 사실 이게 전부였습니다
제가 반년 만에 점수를 끌어올린 비결은 특별할 게 없습니다. 공부 순서를 딱 하나로 고정했어요.
이론 다음 기출, 암기 과목은 단권화, 그다음 회독과 모의고사. 이 순서만 지키면 됩니다.
암기 과목은 단권화가 생명입니다. 저는 교재 한 권으로 모든 지식을 몰아넣고 최소 5회 이상 돌렸어요. 특히 교육학은 분량이 방대한데 어디서 나올지 예측이 안 돼서, 요약집 하나를 열 번 넘게 봤습니다. 모의고사에서 처음 보는 지엽적인 내용이 나오면 반드시 단권화 노트에 옮겨 적었고, 그렇게 노트가 두꺼워질수록 시험장에서 만나는 낯선 문제가 줄었습니다.
모의고사는 시험 한 달 반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하프와 실전 모의고사를 풀면서 계속 틀리는 부분을 체크했어요. 실제 시험에서 틀리는 것보다 모의고사에서 틀리는 게 백배 낫다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새로운 지식을 노트에 추가했습니다.
솔직히 하반기 석 달을 날린 게 두고두고 불안했습니다. 남들 1년, 2년 하는 시험을 반년 만에 될까 싶었거든요. 같이 스터디하던 형은 재시생이라 2년째였는데, 저를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초조하기도 하다더라고요. 결국 절대적인 기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의 밀도가 중요하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면접은 생각보다 담백했습니다
교육행정직 면접은 미흡을 잘 주지 않는 편이라, 저도 필기만큼 빡세게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손을 놓지는 않았어요. 준비한 건 이 정도였습니다.
- 면접 교재 한 권으로 기본 질문 답변 정리
- 카페에서 5명짜리 면접 스터디 결성, 만날 때마다 시간 재며 실전처럼 답변
- 전국 지역의 올해와 작년 기출을 전부 답변으로 만들어 둠
- 지역 현안과 관련 뉴스를 틈틈이 챙겨서 시사 감각 유지
면접 스터디는 혼자서는 절대 못 잡는 부분을 잡아줍니다. 내 답변이 얼마나 늘어지는지, 목소리가 떨리는지는 남이 봐줘야 알거든요. 면접 색깔이 직렬마다 다르니, 다른 직렬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선거행정직 면접 후기나 경찰행정직 합격수기처럼 자기 직렬 면접 후기를 따로 챙겨보면 큰 힘이 됩니다.
지금 다시 시작선에 선 분에게
돌아보면 제일 힘들었던 건 공부 그 자체가 아니라, 공부와 무관한 외적인 상황이었습니다. 하반기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며 책상에 앉지도 못했을 땐 정말 막막했어요. 그런데 이듬해 환경이 정리되고 나서 반년을 정말 치열하게 채우니, 짧은 기간이라도 승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시험 당일 이야기도 하나 남기고 싶습니다. 저는 아침에 잠이 안 깨는 편이라, 시험장 가는 길에도 하프 모의고사를 한 세트 풀면서 머리를 돌렸어요. 시험장에 도착해서는 새 지식을 넣으려 하지 않고, 그동안 두꺼워진 단권화 노트만 넘겨봤습니다. 낯선 걸 마지막에 보면 오히려 불안해지거든요. 익숙한 노트를 다시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다른 얼굴로 옵니다. 특히 공부 밖의 일로 흔들릴 때가 제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를 붙잡아준 건 언젠가는 해 뜰 날이 온다는 단순한 믿음이었어요. 지금 시작선에 서 있는 분이라면, 남은 기간이 짧다고 미리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반년으로 됐고, 여러분도 오늘 앉은 그 자리에서 시작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