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 9급 세무직, 저는 군대 안에서 공부를 시작해서 합격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무직은 세법과 회계학이 당락을 가르고, 이 두 과목은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회독을 몇 번 쌓느냐의 문제였습니다. 1~2회독으로 머리에 남는 게 없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그게 정상입니다.
이 글은 제가 실제로 들었던 강사와 교재, 과목별로 어떻게 시간을 배분했는지, 그리고 노베이스로 회계학을 처음 접한 사람이 어떻게 효자 과목까지는 아니어도 발목 안 잡히는 과목으로 만들었는지를 1인칭으로 적습니다. 점수를 자랑하려는 글이 아니라 과목별 공부법 기록입니다.

왜 세무직이었나, 그리고 군대에서 시작한 이유
직렬을 세무직으로 정한 이유는 전문성이었습니다. 일반행정직도 고민했지만, 세무직은 퇴직이나 퇴사 후에도 세금이라는 전문성을 살려서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세금은 일상에서 누구나 마주치는 영역이라 이쪽 전문성을 갖춰두면 평생 쓸모가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수험 환경은 군대였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가릴 것 없이 시간이 빌 때마다 할 수 있는 공부를 최대한 끌어모았습니다. 환경이 좋아서 붙은 게 아니라, 환경이 나빠서 오히려 시간 단위로 쪼개 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합격 발표를 보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고생한 만큼 뿌듯했고,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때 생겼습니다.
인강은 공단기 프리패스를 골랐습니다. 공무원 시험 시장에서 단연 1등인 곳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커리큘럼이 직렬별로 잘 짜여 있어서, 세무직 전공 과목까지 한 묶음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컸습니다.
세법은 이진욱 선생님, 결국은 반복과 본인의 언어로 체득화
세무직의 핵심부터 적겠습니다. 세법은 이진욱 선생님을 추천합니다. 강의력이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습니다. 법조문은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저도 처음엔 글자만 읽혔지 무슨 말인지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이진욱 선생님은 사례를 들어가며 쉬운 용어로 풀어주시는데, 저는 그걸 그대로 외우지 않고 제 언어로 다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세법 공부의 순서는 이랬습니다.
- 강의를 들으며 선생님이 쉬운 용어로 설명한 사례를 먼저 머리에 넣는다
- 그 이해를 제 표현으로 바꿔서 체득화한다
- 그다음에 다시 법조문으로 돌아가 조문과 친해진다
세법은 무조건 반복입니다. 1~2회독으로는 정말 남는 게 없습니다. 저는 필기 노트를 최대한 이미지화해서 외웠습니다. 글자 덩어리가 아니라 그림처럼 구조로 떠오르게 만들면, 시험장에서 헷갈리는 순간에 그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세법에서 무너지는 사람 대부분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회독 수가 부족해서입니다. 2번, 3번 들으면서 지식이 쌓여 단단해지는 그 과정을 오히려 즐기시길 권합니다.
회계학은 사경인 선생님, 노베이스도 막히지 않았다
회계학은 제가 인생에서 처음 접한 과목이었습니다. 차변 대변이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습니다. 가족 중에 회계 일을 잠깐 했던 분이 회계는 처음 접하기에 까다로운 과목이고 일반인은 차변 대변 이해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는데,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쉬운 과목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사경인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개념 자체가 엄청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론을 정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셔서 노베이스 입장에서 단 하나의 막힘도 못 느꼈습니다. 강의 경력이 길어서인지 강의 안에서 완급 조절이 자연스럽고, 말투와 톤, 주의를 끄는 어휘 선택까지 군더더기가 없었습니다.
회계학 진행 순서는 이렇게 잡았습니다.
- 올인원 필다나 강의로 이론을 2회독한다
- 기출 강의를 들으며 개념을 다시 잡고 문제를 푼다
- 가닥이 잡힌 뒤부터는 강의를 끊고 문제만 푼다
단권화는 필다나 빵꾸노트로 했습니다. 확실히 아는 개념은 빵꾸를 굳이 채우지 않고 비워뒀고, 페이지 여백에는 풀이법과 헷갈리는 말문제 지문들을 빼곡히 적어 넣었습니다. 시험 직전까지 이 빵꾸노트만 돌리면서 개념을 회독했고, 문제는 시중에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풀려고 했습니다. 회계학도 세법과 똑같습니다. 강의 한 번 들었다고 이해되는 과목이 아닙니다. 한 번 듣고 남는 게 없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니 고통스러워하지 마세요.

영어는 무조건 심우철 선생님, 시간 싸움의 로직화
영어는 무조건 심우철 선생님입니다. 공시 영어는 시간 싸움입니다. 독해 문장 하나하나를 다 읽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지금도 영어 문장을 전부 제대로 해석하지는 못합니다. 그저 배운 스킬대로만 풀었고, 그게 합격선을 넘기는 데 충분했습니다.
문법은 심우철 선생님 풀이법처럼 무조건 로직화해서 풉니다. 감으로 푸는 게 아니라 절차로 푸는 겁니다. 독해도 마찬가지로 시간 안에 풀려면 스킬이 필요합니다. 독해를 로직화해서 알려주는 분들은 김기훈, 김수환, 조태정 선생님 등 여러 분이 계십니다. 다만 문법만큼은 저는 심우철 선생님을 권합니다.
어휘는 요즘 어렵지 않게 나오는 추세라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습니다. 어휘 베이스가 있다면 기특이나 이만알 같은 마무리 커리만으로 충분합니다. 다만 베이스가 아예 없다면 중등 어휘부터 시작해야 독해가 풀립니다. 영어 노베이스가 단기간에 문장을 완벽히 해석하는 건 불가능하니, 해석 욕심보다 수험에 맞는 스킬 공부를 먼저 하세요.
국어와 한국사, 효자 과목으로 만든 전략
국어는 과목 안에서도 파트별로 전략을 달리했습니다.
- 문법: 이선재 선생님 기본이론 강의로 남들 하는 만큼만 챙겼습니다. 문법은 더 이상 변별력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손 놓으면 안 됩니다
- 문학: 이선재 선생님 기본이론에 김병태 선생님 올인원을 더했습니다
- 독해: 따로 강의를 깊게 듣지 않고 모의고사로 시간 단축 연습만 했습니다
문학은 조금 더 적겠습니다. 문학이 4문제 나오지만 소설 2문제는 사실상 독해입니다. 저는 수험 기간 내내 소설을 따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독해로 나올 거라 봤고, 대신 비유법 이론이나 소설 1인칭 같은 기본 용어는 이선재 선생님 기본강의로 반드시 익혔습니다. 현대시는 이선재 선생님이 알려주는 낯선 시 대처법 하나로 거의 해결됐고, 고전시는 무조건 김병태 선생님입니다. 고전시는 암기, 현대시는 낯선 시 대처 연습. 이 둘만 잡으면 됩니다. 모의고사에서 어렵고 낯선 작품이 쏟아져도 쫄지 마세요. 그건 연습용이고, 실전은 훨씬 명확하고 쉽게 나옵니다.
어휘에서 한자는 아예 손대지 않았습니다. 한자성어는 김병태 선생님 270으로 계속 눈에 익혔는데, 네 글자 중 핵심 글자만 익혀서 1~2글자만 보고도 알아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어차피 독음을 주기 때문에 변별력이 크지 않습니다. 고유어, 외래어, 로마자, 표준어는 딱 기출 정도만 파악하고, 안 외워지는 건 제가 직접 두문자를 만들어서 따로 외웠습니다.
한국사는 문동균 선생님을 추천합니다. 강약 조절이 완벽하고 반복적인 가르침으로 머리에 잘 새겨집니다. 덕분에 한국사는 저에게 효자 과목이 됐습니다. 요즘 한국사가 쉽게 나오는 추세라 기출로만 공부하고 범위를 넓히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군대에서 짜낸 하루 공부 시간과 과목 배분
환경 탓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서, 저는 주어진 환경에서 시간을 쥐어짜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침에 눈 뜨고 일과 전 자투리, 점심 후 짧은 틈, 저녁 일과 후 자유 시간까지 공부 가능한 모든 구간을 과목에 미리 배정해뒀습니다. 자투리 시간은 암기 과목, 길게 확보되는 저녁 시간은 세법과 회계학 문제풀이로 나눴습니다.
과목 비중은 시기마다 달랐습니다. 초반에는 세법과 회계학 이론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두 과목이 노베이스에서 올라오는 데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국어 문법이나 한국사처럼 기출 안에서 끝낼 수 있는 과목은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고, 전공 과목 회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중반 이후부터 비중을 끌어올렸습니다.
저는 하루를 마칠 때 그날 푼 문제 수와 회독한 단원을 짧게라도 기록했습니다. 거창한 플래너가 아니라 한 줄짜리 메모였지만, 이게 쌓이니까 내가 어느 과목을 자꾸 미루는지가 한눈에 보였습니다. 사람은 잘하는 과목만 또 붙잡는 습성이 있어서, 저 같은 경우엔 회계학을 자꾸 뒤로 미루고 있었습니다. 기록 덕분에 그걸 알아차리고 일부러 약한 과목을 하루의 앞쪽에 배치했습니다.
시험 직전 마무리, 단권화 노트 한 권으로 좁히기
시험이 다가올수록 보는 자료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여야 합니다. 저는 막판 한 달은 새 강의를 거의 듣지 않았습니다. 세법은 이미지화해둔 필기를, 회계학은 빵꾸노트를 반복해서 돌렸습니다. 단권화의 핵심은 시험 직전에 펼칠 자료를 단 한 권으로 좁혀두는 것입니다. 여러 교재를 다시 펼치는 순간 불안만 커지고 회독 속도는 떨어집니다.
말문제 대비도 막판에 따로 챙겼습니다. 세법과 회계학은 계산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개념을 묻는 말문제도 나오는데, 저는 헷갈렸던 지문들을 빵꾸노트 여백에 모아두고 시험 전날까지 그 지문들만 따로 훑었습니다. 계산은 손이 기억하지만 말문제는 미묘한 표현 차이에서 갈리기 때문에, 틀렸던 지문을 반복해서 보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습니다.
멘탈 관리도 결국 공부의 일부였습니다. 모의고사 점수가 출렁여도 거기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모의고사는 낯설고 어렵게 내는 게 목적이라, 실전보다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게 오히려 정상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점수가 아니라 틀린 이유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세무직 수험생에게 남기고 싶은 말
정리하면 세무직 합격의 무게중심은 분명합니다. 국어, 영어, 한국사는 효율적으로 시간을 아끼고, 그 아낀 시간을 세법과 회계학 회독에 쏟아야 합니다. 공통 과목은 스킬과 기출로 막고, 전공 두 과목은 반복으로 단단하게 쌓는 구조입니다.
제가 수험 생활을 버틴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이 합격수기를 쓰는 상상이었습니다. 합격하면 이런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견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반드시 그런 날이 옵니다. 세법과 회계학이 한 번에 안 들어온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고, 회독이 쌓이며 단단해지는 그 감각을 믿고 하루하루 버텨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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