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가직 9급 경찰행정직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수험을 시작한 때가 2021년 7월이었고 합격증을 받은 것이 2023년 4월이니, 햇수로는 2년 가까운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낸 셈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기간 동안 과목별로 어떤 강사와 교재를 거쳤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꿨더니 점수가 오르고 또 무엇을 놓쳤을 때 점수가 떨어졌는지를 최대한 솔직하게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분들에게 한 사람의 실제 경로가 작은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2년 가까운 수험, 시작점과 성적 변화
먼저 제 성적이 어떻게 변했는지부터 적어 둡니다. 2022년 4월 국가직에서는 국어 90, 영어 95, 한국사 80, 행정법 55, 행정학 65를 받았습니다. 같은 해 6월 지방직에서는 국어 75, 영어 85, 한국사 85, 행정법 60, 행정학 65가 나왔습니다.
- 국어: 국가직 90 → 지방직 75 (시험에 따라 편차가 큼)
- 영어: 국가직 95 → 지방직 85 (꾸준히 높지만 방심하면 흔들림)
- 한국사: 국가직 80 → 지방직 85 (회차마다 출렁임)
- 행정법: 국가직 55 → 지방직 60 (두 시험 모두 최저점)
- 행정학: 국가직 65 → 지방직 65 (정체된 약점)
이 두 성적표를 나란히 놓고 보면 제 약점이 분명했습니다. 행정법은 두 시험 모두 바닥이었고, 국어는 국가직과 지방직 사이의 편차가 컸습니다. 한국사도 시험마다 출렁였습니다. 재시를 준비하면서는 이 들쭉날쭉한 과목들을 어떻게 안정적인 점수대로 끌어올릴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막연히 전 과목을 다시 도는 대신, 어떤 과목이 어떤 상황에서 무너지는지를 먼저 들여다본 것이 재시의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점수가 낮은 과목을 더 오래 붙잡는 것보다, 왜 그 과목이 시험장에서 무너지는지를 정확히 아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국어, 문제풀이에서 강의로 방향을 바꾼 과목
초시 때는 이선재 선생님의 올인원과 기출실록, 압축마무리, 매일국어, 독해야 산다로 기본기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지방직에서 한자와 독해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시 때는 김병태 선생님의 국왕국어와 한자성어, 올프랩 강의를 더해 매일 한자를 한 강씩이라도 듣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한자는 하루아침에 오르지 않기 때문에 짧게라도 매일 손에 쥐는 쪽이 맞다고 봤습니다. 독해는 국가직에서는 괜찮았지만 난도가 올라가면 무너지는 패턴이 보여서, 문제만 풀던 방식에서 벗어나 강의를 통해 독해 스킬 자체를 다시 배웠습니다. 혼자 지문을 빨리 푸는 연습만 반복하던 때보다, 왜 그 보기가 답이 되는지를 강의로 차근차근 짚으니 까다로운 지문에서도 덜 흔들렸습니다.
문학은 그동안 탄탄하게 쌓아 둔 것이 없다는 불안이 있어서 강의를 찾아 들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전부를 수강하지는 못했고, 배경 설명이 필요한 작품이나 생소한 작품, 필수 작품 위주로 골라 들었습니다. 모의고사 시즌이나 시간이 빠듯한 날에도 감을 잃지 않으려고 매일국어와 독해야 산다를 병행했고, 틀린 문제는 A4나 떡메모지에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모아 둔 오답 정리가 시험 직전에 그대로 요약집이 되어 마지막 점검에 큰 힘이 됐습니다. 국어처럼 범위가 넓은 과목일수록, 새 교재를 더 늘리기보다 한 권으로 정리해 두는 단권화가 마지막에 빛을 봤습니다.

영어, 비중이 줄어도 시간을 줄이지 않은 이유
영어는 시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작아지고 간소화되는 추세였습니다. 그래서 영어 시간을 줄이고 싶은 유혹이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어 시간을 확 줄이면 점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면 점수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마음이 불안하더라도 하루 네 시간 이상은 영어에 쓰기로 정했습니다.
전공 과목이 취약한 상황에서 영어에 네 시간씩 떼어 두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대신 국어와 한국사에서 시간을 아껴 그만큼을 영어로 돌렸습니다. 약점 과목에만 시간을 몰아주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이미 잘하는 영어에도 일정한 시간을 계속 지켜 준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렇게 모의고사 전까지 꾸준히 시간을 쌓아 두니, 막상 모의고사 시즌에는 영어 한 회 풀고 강의 듣고 오답 정리하는 데 한 시간 반 정도면 충분해졌습니다. 그만큼 남는 시간을 전공에 쓸 수 있었습니다. 영어 점수가 안정적으로 나오지 않는 분이라면, 비중이 낮아졌더라도 초반에는 시간을 아끼지 말고 충분히 투자하시길 권합니다. 초반에 들인 그 시간이 후반에 전공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로 돌아옵니다.
세부적으로는 어휘에서 이동기 보카3000을 무한 회독했습니다. 다만 단순 회독만 하면 눈으로 대충 훑게 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다니던 관리형 독서실에서 매일 테스트를 제공해 준 덕분에 외운 내용을 인출하는 연습이 됐습니다. 머릿속에서 한 번씩 끄집어내는 과정이 있어야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눈으로 단어장을 덮은 채 뜻을 떠올려 보거나, 짧은 테스트로 스스로를 점검하는 식으로 인출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하시길 추천합니다. 스터디든 혼자 보는 간이 테스트든 방식은 상관없습니다.
문법은 심우철 선생님의 스파르타 클래스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문제풀이에 들어가기 전 스파르타 클래스에 두 번 참여해 회독을 쌓았고, 이후에는 회독 속도가 붙어 혼자서도 계속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눈에 너무 익어 대충 보게 될까 걱정돼서 이동기 선생님의 100포인트 요약집도 함께 썼습니다. 매일 하프 모의고사를 풀고 해설에서 짚어 주는 포인트 번호를 찾아 그 부분을 복습하는 식으로 문법을 다졌습니다. 틀린 문법 포인트만 따로 번호로 모아 두니, 같은 유형에서 반복해서 실수하던 습관이 조금씩 줄었습니다.

한국사, 기출을 강의로 들으며 달라진 점
한국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문동균 선생님의 커리큘럼을 따랐습니다. 초시 때는 올인원과 기출 강의를 들었고, 재시 때는 취약했던 근현대사만 올인원으로 다시 들으면서 판서노트 강의를 병행하고 기출을 여러 번 회독했습니다.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기출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원래는 이론은 강의로, 기출은 혼자 문제풀이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기출도 강의로 들어 보니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혼자 풀 때는 회독 횟수에만 급급했는데, 강의로 들으니 기출을 분석하게 되고 관련 이론까지 다시 연결되면서 문제와 개념이 하나로 묶이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단순히 답을 맞히는 공부에서 왜 그 답인지를 이해하는 공부로 넘어간 셈입니다. 같은 기출을 풀어도 틀린 보기가 왜 틀렸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게 되니, 처음 보는 변형 문제에도 한결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사료 특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요즘 사료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들었는데, 자칫 건너뛸 뻔한 강의였습니다. 실제 시험에서 사료 문제를 틀리긴 했지만, 그마저도 강의에서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너무 급하게 읽다가 놓친 것이라 오히려 강의의 정확도를 체감했습니다. 한국사는 문제풀이 강의가 시간을 크게 잡아먹지 않으면서도 이론을 다시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저는 거의 모든 강의를 듣고 그때그때 복습하며 암기했습니다. 근현대사처럼 흐름이 복잡한 단원은 판서노트로 큰 줄기를 한 장에 정리해 두고, 자투리 시간마다 그 한 장만 다시 보는 식으로 반복했습니다.
행정법, 가장 막막했지만 100점을 만든 과목
행정법은 처음에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작년에 점수가 가장 낮았던 과목입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막막했습니다. 재시 때는 써니 선생님의 올인원부터 천천히 모든 커리큘럼을 따라갔고, 그렇게 기초부터 다시 쌓은 끝에 100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써니 선생님은 강의를 듣기만 해도 이해가 되도록 설명을 쉽게 풀어 주셔서, 저는 빠짐없이 강의를 들었습니다. 틀리거나 모르는 부분은 시험 2주 전쯤 A4에 정리해 두고 직전에 그것만 반복해서 봤는데, 이 정리가 마지막 점검에서 제 몫을 톡톡히 했습니다. 행정법은 비슷해 보이는 판례와 조문이 많아서, 헷갈리는 것끼리 짝지어 비교해 두는 방식이 특히 효과가 좋았습니다.
특히 단원별 모의고사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실전 모의고사를 풀 실력이 안 돼 걱정이 많았는데, 단원별 모의고사는 문제를 풀면서 관련 기출까지 연습할 수 있어 부족한 실력을 막판에 끌어올려 줬습니다. 한 단원씩 끊어 풀다 보니 전 범위 모의고사를 한 번에 마주할 때보다 부담이 적었고, 약한 단원이 어디인지도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각종 특강도 시험 전에 모두 챙겨 들었고, 이것들이 실제 시험에서 점수 차이로 이어졌습니다. 행정법이 막막한 분이라면 특강까지 챙겨 듣는 것을 권합니다.
행정학, 끝까지 아쉬움이 남은 과목
행정학은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못한 과목입니다. 김중규 선생님의 선행정학 이론과 기출완성, 신경향 기출, 빈출 지문 정리를 따라갔습니다.
이론을 듣고 기출을 회독할 때까지만 해도 행정학은 오히려 이해가 잘되고 문제도 잘 풀려서, 행정법보다 수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그동안 쌓은 것이 흩어진 것처럼 갑자기 막막해졌습니다. 시험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는데, 막판에 마음을 조금 놓아 버린 탓이 컸습니다. 돌이켜 보면 행정학이야말로 기출 회독에서 분석이 중요한 과목인데, 저는 회독을 그저 문제풀이로만 여겼던 것 같습니다. 회독의 횟수보다 한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는 깊이가 행정학에서는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쉬움과 함께 배웠습니다. 비슷한 선택지로 답을 헷갈리게 만드는 과목인 만큼,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태도가 점수로 곧장 이어졌을 거라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회독과 단권화, 모든 과목에 공통으로 적용한 원칙
과목별 이야기를 따로 적었지만, 사실 재시를 관통한 공통 원칙은 단순했습니다. 새 교재를 늘리지 않고, 보던 것을 여러 번 돌리며, 마지막에는 한 권으로 모은다는 것이었습니다.
회독은 횟수를 채우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습니다. 첫 회독은 전체 흐름을 잡고, 두 번째부터는 틀리거나 헷갈린 것에 표시를 남기며, 뒤로 갈수록 표시된 부분만 빠르게 도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회독을 거듭할수록 한 바퀴 도는 시간이 짧아졌고,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약점에만 시간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과목별로 어떤 순서로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면, 합격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9급 필기 과목별 공부 순서를 함께 참고하시면 큰 그림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단권화는 시험 2주 전부터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과목마다 헷갈리는 것, 자주 틀리는 것만 A4 몇 장에 모아 두니, 직전에는 그 몇 장만 반복해서 봐도 됐습니다. 두꺼운 기본서를 다시 펴는 대신 정리본을 보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이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것도 바로 이 정리본이었습니다.
순공시간에 대한 오해와 슬럼프
수험 생활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순수 공부 시간에 대한 오해였습니다. 초시 때는 이동 시간을 줄이려고 집에서 화상 스터디를 하며 공부했고, 평일은 하루 14시간, 주말은 10시간씩 채웠습니다. 그 숫자를 보며 매우 뿌듯해했습니다.
그런데 초시에 실패하고 돌아보니, 그 시간은 순공시간이 아니라 그저 책상에 앉아 있던 물리적 시간이었습니다. 오래 앉아 있느라 몸도 마음도 지쳤고, 재시 때 다시 그렇게 버틸 자신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재시 초반에는 딴짓도 늘고 순공시간이 무너지면서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는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러다 재시를 하는 의미도 없이 시간만 버리겠다는 위기감이 들고서야, 앉아 있는 시간이 아니라 실제로 집중한 시간으로 기준을 다시 세웠습니다. 시간의 양을 채우는 공부에서 밀도를 채우는 공부로 바꾼 것이 재시의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공부 환경도 한몫했습니다. 집에서 화상 스터디로 버티던 방식을 접고 관리형 독서실로 자리를 옮긴 뒤로, 매일 단어 테스트처럼 강제로 점검받는 장치가 생기면서 흐트러지던 루틴이 조금씩 잡혔습니다.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느냐가 집중의 밀도를 크게 좌우한다는 것을 그때 체감했습니다. 기숙 환경이나 독서실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제가 여러 곳을 직접 겪고 비교한 기숙학원 네 곳을 다녀 본 후기도 환경을 정하는 데 참고가 될 것입니다.

맺으며
2년 가까운 수험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무엇을 더 많이 했느냐보다 무엇을 어떻게 바꿨느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국어는 문제풀이에서 강의로, 한국사도 기출을 강의로, 행정법은 막막함을 커리큘럼으로 풀었습니다. 그리고 공부의 기준 자체를 시간의 양에서 밀도로 옮겼습니다.
영어처럼 끝까지 시간을 지킨 과목도, 행정학처럼 아쉬움이 남은 과목도 모두 다음 사람에게는 참고가 될 것입니다. 제 합격을 가른 것은 특정 강사나 교재 하나가 아니라, 약점을 정확히 보고 방법을 바꾼 선택들이 하나씩 쌓인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강사가 좋은지보다, 내 약점이 어디서 무너지는지를 먼저 아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지금 같은 자리에서 흔들리고 있는 분이 있다면, 앉아 있는 시간을 자책하기보다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한 가지만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바꾼 작은 선택들이 하나둘 쌓이면, 어느 순간 성적표도 조금씩 달라져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같은 길을 걷는 분들께는 다른 지역 양산시 일반행정직 합격기와, 합격 이후에 마주하는 임용 대기 기간의 솔직한 이야기도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한 사람의 경로보다 여러 사람의 경로를 겹쳐 볼 때,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더 또렷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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