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붙잡고 있던 시험이 마지막 6개월에 갈렸다고 하면 믿을까?
나는 지방에 있는, 이름을 대면 다들 고개를 갸웃하는 대학을 나왔다. 공무원 베이스라고 부를 만한 건 거의 없었다. 2020년 3월에 처음 책을 폈고, 2023년 6월에 우정행정직 9급과 지방직 9급을 같은 해에 붙었다. 햇수로는 3년, 중간중간 알바를 끼고 했으니 순수하게 앉아 있던 시간은 2년 6개월쯤 된다.
솔직히 특별한 비법은 없다. 그런데도 굳이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나처럼 의지가 약하고 유혹에 잘 흔들리는 사람도 결국 붙더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러니 무슨 대단한 공부법을 기대하지는 말고, 한 사람이 3년을 어떻게 흘려보내고 어떻게 붙었는지 시간순으로 들어준다는 마음으로 읽어주면 좋겠다.
노베이스로 책부터 폈던 첫 해의 막막함
처음에는 겁 없이 시작했다. 수능 국어가 4등급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국어를 좋아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영어도 학창 시절 내내 발목을 잡던 과목이었다. 그런 주제에 초시 때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단어도 제대로 안 외웠다. 결과는 뻔했다. 점수가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집에서 지원을 받지 못해 알바를 병행했다.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 책상에 앉거나, 반대로 낮에 공부하고 저녁에 일하는 식으로 시간을 쪼갰다. 그러다 보니 공부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첫 시험은 당연하다는 듯 떨어졌다. 이때만 해도 나는 내가 왜 떨어졌는지조차 제대로 몰랐다. 그저 양이 부족했겠거니 했다.
과목별로 강사 커리를 잡긴 했다. 국어는 이유진 선생님, 영어는 조태정 선생님, 한국사는 전한길 선생님, 행정학은 신용한 선생님으로 축을 세웠다. 커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커리가 아니라 그 커리를 끝까지 따라가지 못하는 나였다. 강의만 틀어두고 딴생각을 하거나, 회독을 미루다 결국 시험이 코앞에 오는 식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첫 해의 나에게 제일 필요했던 건 강의 개수가 아니라, 딴짓을 막아줄 환경이었다. 그걸 2년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으니 그 사이 낭비한 시간이 아깝다.

교육행정을 준비하다 티오가 반토막 나던 날
재시를 결심하면서 방향을 틀었다. 초시에 떨어지고 나서는 교육행정직을 노리겠다는 마음으로 교육학을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해 티오가 반토막이 났다. 붙을 확률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걸 보고 시험을 6개월쯤 남긴 시점에 급하게 일반행정으로 방향을 바꿨다.
문제는 전공이었다. 교행을 준비할 때는 사회 과목이 있어서 행정법을 아예 손대지 않았는데, 일반행정으로 오면서 행정법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실제로 내가 행정법에 쏟은 기간은 다 합쳐도 1년 남짓이다. 남들보다 한참 늦게 출발한 과목이었다.
이때 나처럼 직렬을 갈아탈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인접 직렬의 합격수기를 여러 편 읽어보길 권한다. 나는 교육행정직 9급 합격수기와 선거행정직 9급 준비 후기를 나란히 놓고 과목 구성과 티오 흐름을 비교했는데, 그 과정에서 일반행정으로 트는 결정에 확신이 생겼다.
고사장을 잘못 찾아 한 해를 통째로 더 쓴 이야기
2022년 시험은 지금 떠올려도 헛웃음이 난다. 그해 나는 고사장을 잘못 들어갔다. 정신을 차리기까지 시간을 까먹었고, 그 여파로 국어와 영어를 말아먹었다. 정작 그렇게 급하게 붙인 행정법은 2022년 지방직에서 90점을 받았다. 전공은 잘 봤는데 국어와 영어에서 무너졌으니, 스스로가 어이가 없었다.
결국 한 해를 통째로 더 쓰게 됐다. 이 대목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실력을 아무리 쌓아도 시험 당일의 사소한 실수 하나가 1년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걸 가장 비싼 방식으로 배웠다.

마지막 6개월, 나를 관리형 독서실에 가둔 이유
2022년 1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마지막 6개월이 진짜였다. 나는 내가 유혹에 약하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집에서는 휴대폰을 두고 나와도 태블릿으로 딴짓을 했고, 혼자서는 순공 시간을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순공 10시간 이상을 강제하는 관리형 독서실에 6개월을 등록했다. 휴대폰을 차단하고 단어 암기를 의무화하는 시스템 안에 나를 밀어 넣은 것이다. 이때부터 공부가 붙었다.
일정은 주 6일로 돌렸고 일요일은 쉬었다. 다만 국가직 100일 전부터는 일요일에도 책상에 앉았다. 요일마다 주력 과목을 정해 월요일은 국어, 화요일은 영어, 수요일은 한국사,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행정법,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행정학을 봤다. 아침에는 매일 영어 단어와 한자, 하프 모의고사로 감을 유지했다.
회독은 8-4-2-1 방식으로 굴렸다. 한 번에 볼 분량을 8로 시작해 4, 2, 1로 간격을 좁혀가며 반복하는 방법인데, 이걸 전 과목 기본서와 요약서에 똑같이 적용했다. 지겨웠지만 대충 넘기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국어 기본서만 10회독을 넘겼다.
과목별로 내가 잡은 축을 정리하면 이렇다.
1. 국어는 문법과 독해를 8-4-2-1로 무한 회독하고, 기출에서 틀린 문제를 기본서 한 권에 옮겨 적어 단권화했다.
2. 영어는 단어장을 재시 때만 10회독 넘게 돌렸고, 매일 하프 모의고사를 풀어 독해 감을 유지했다.
3. 한국사는 필기노트를 선사부터 근현대까지 네 덩어리로 나눠 무한 회독했다. 90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던 과목이다.
4. 행정학은 합격노트를 강의 한 번만 듣고 무한 회독했고, 어렵기로 소문난 모의고사로 실전 감을 끌어올렸다.
5. 행정법은 80챕터짜리 요약서를 8-4-2-1로 돌리며 틀린 문제를 OX로 바꿔 단권화했다.
단권화는 이 6개월을 관통한 방법이다. 기출이든 모의고사든 두 번 이상 틀린 문제는 전부 기본서나 요약서 한 권에 옮겨 적었다. 국어는 이유진 선생님 커리에서 문법과 독해를 붙잡았고, 영어는 조태정 선생님 하프 모의고사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행정학은 신용한 선생님 합격노트를, 행정법은 유휘운 선생님으로 갈아탄 뒤 요약서를 축으로 삼았다. 회독을 돌 때마다 그 옮겨 적은 문제를 다시 풀어, 내가 모르는 문제 자체를 없애는 데 집중했다.
한 가지 팁이라면, 한 선생님의 모의고사만 풀지 말라는 것이다. 출제 경향과 강조점이 다르니 다른 선생님 문제도 섞어 풀면 시야가 넓어진다. 독해는 매일 풀지 않으면 감이 떨어지는 과목이라, 데일리 모의고사가 없는 날에도 독해 문제집을 붙잡아 감을 유지했다. 나는 이 습관 덕을 크게 봤다.
이렇게 공부하는데도 떨어지면 말이 안 된다, 내가 떨어지면 누가 붙냐. 마지막 6개월에 이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든 순간부터 점수가 올랐다.

국가직과 지방직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던 날
마지막까지 속을 썩인 건 행정법이었다. 2022년 지방직에서 90점을 받았던 과목인데, 2023년 국가직에서는 85점이 나왔다. 작년보다 못 봤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국가직 시험이 끝난 그날부터 요약서 옆에 붙은 OX 문제를 매일 8-4-2-1로 풀었다. 그 덕분인지 이어진 지방직 행정법에서 100점을 받았다.
한국사는 방심이 독이 됐다. 국가직까지는 자신 있던 과목인데 지방직에서 85점이 나와 속이 상했다. 반대로 국어와 영어는 마지막에 단어와 하프 모의고사를 놓지 않은 게 살렸다. 결국 나는 국가직 우정행정직 9급과 지방직 일반행정 9급에 같은 해에 이름을 올렸다.
돌아보면 아쉬운 것도 많다. 체력 관리를 거의 못 해서 마지막에는 영혼이 나간 상태로 앉아 있었다. 운동 시간을 따로 두지 않은 건 지금도 후회한다. 그리고 관리형 독서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1년은 아꼈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강의 하나 더 듣는 것보다 딴짓을 못 하게 막는 환경이 훨씬 컸다.
혹시 세무나 복지 쪽 행정직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사회복지직 9급 합격수기도 함께 훑어보길 권한다. 직렬마다 전공 비중이 다르니, 여러 수기를 겹쳐 읽으면 내 상황에 맞는 그림이 잡힌다.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으면, 어느 순간 붙을 사람의 얼굴이 거울에 보인다. 그때가 되면 반쯤은 온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