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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현실·후기

2023 지방직 9급 전기직 합격수기, 고득점 아닌 평범한 공부량으로 붙은 10개월 실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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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 시험장에서 전공 두 과목 가채점을 했을 때, 전기이론과 전기기기가 각각 50점, 55점이 나왔습니다. 그 점수를 보면서 이게 합격이 되는 시험이긴 한 건가 싶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저는 다른 합격수기처럼 고득점으로 붙은 사람이 아닙니다. 공부량도 많지 않았고 방법도 단순한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방향만큼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평범하게 준비한 사람의 기록도 누군가에게는 참고가 될 것 같아 적어봅니다. 2023년 지방직 9급 전기직 합격수기입니다.

경력 채용을 접고 공채로 돌아오기까지

공부를 시작하기 1년쯤 전에는 경력 채용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1년 정도 매달렸는데 티오가 나오지 않아서 일단 회사에 들어가 잠깐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구조조정이 한창인 시기에 입사를 했고, 현실을 한 번 겪고 나서 예전에 마음에 두었던 공무원 공부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퇴사하고 공채를 준비했습니다.

제 기본 베이스부터 솔직하게 적어두겠습니다. 4년제 공대를 졸업했고, 전기기사 자격증이 있었습니다. 편입 공부를 1년 해본 경험도 있었지만 영어는 잘하지 못했습니다. 공무원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본 토익이 500점을 넘기지 못했으니까요. 전공은 경력 채용 때 물리와 함께 준비하면서 기출을 세 번 정도 돌린 적이 있어서 아예 백지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꽤 지나 많이 까먹은 상태였습니다.

공부 기간은 2022년 9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대략 10개월입니다. 길지 않은 기간이라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고, 기본강의는 한 번만 빠르게 훑고 기출로 일찍 들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모르는 부분만 그때그때 기본 개념을 찾아 듣는 식이었습니다.

국어는 버릴 것을 먼저 정했습니다

국어는 권규호 선생님 커리를 탔습니다. 강의 러닝타임이 짧아서 지루하지 않았고, 저는 문제풀이까지 인강으로 다 듣는 스타일이라 잘 맞았습니다.

문학이 제일 감을 못 잡은 파트였습니다. 암기왕을 기준으로 현대시, 고전시가, 현대소설, 고전산문, 수필, 극 순서로 열 작품씩 주기적으로 보고 개기문을 풀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이게 맞나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개기문은 1회독만 하고, 수능형 모의고사에 나오는 작품만이라도 챙기자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선생님이 자주 나오는 작품을 짚어주시면 그것만 확실히 외웠습니다.

문법은 양이 상당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로마자 표기법, 문장 부호론, 고전 문법은 깔끔하게 버렸습니다. 대신 음운론, 형태론, 문장론, 한글 맞춤법처럼 반드시 챙겨야 하는 부분은 개기문까지 최소 5회독 이상 돌렸습니다. 전기직은 행정직만큼 국어 고득점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봐서, 잘 안 나오는 곳은 찝찝해도 과감히 놓았습니다.

국어 기출문제집과 회독 표시가 된 학습 노트
자주 나오는 작품과 문법 단원만 골라 회독 수를 채웠습니다

독해는 처음엔 개기문으로 풀다가 독해 강훈련으로 넘어갔습니다. 제 독해력이 초등학생 수준이라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시간 안에 풀고 채점하고, 틀린 건 답지를 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독해는 다른 파트보다 꾸준함이 중요하더군요.

한자성어는 처음엔 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합격수기를 보니 다들 챙기길래 마음을 바꿨습니다. 처음에 하루 한 장씩 보다가 나중엔 열 장씩 속도를 붙였습니다. 겹치는 부분이 많아져서 갈수록 빨라졌고, 하루 30분씩만 투자해도 됐습니다. 한자 자체는 깔끔히 버렸습니다. 사자성어 중 두 개만 알면 답을 고를 수 있게 알려주셔서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영어는 문풀전 하나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영어는 처음에 다른 선생님 커리를 타다가, 심우철 선생님의 문풀전을 듣고 전부 갈아탔습니다. 문풀전을 들은 게 신의 한 수였다 싶을 만큼 잘 맞았습니다.

단어는 타 선생님 교재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하루 한 데이씩 보다가 나중엔 일곱 데이씩 늘렸고, 막판엔 다른 단어장으로 대체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단어를 좀 놓았더니 실제 시험에서 단어로만 두 문제를 틀렸습니다. 단어는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내서 외우시길 권합니다. 이건 제가 손해 본 부분이라 더 강조하게 됩니다.

문법은 문풀전과 600제를 많이 봤습니다. 기본강의는 다른 선생님으로 1회독만 한 상태에서 문풀전을 들었는데, 문법에 단어 문제가 섞여 나올 때 푸는 가이드라인을 도식으로 정리해주셔서 암기가 잘됐습니다. 600제는 3분의 2 정도까지만 풀고 그 안에서 계속 복습했습니다. 새 문제를 늘리기보다 본 문제를 반복하는 쪽이 저한테는 안전했습니다.

독해는 하프 모의고사로 잡았습니다. 시간 안에 풀고 채점한 뒤, 틀린 문제는 반드시 다시 생각해서 답을 고치고 나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건 선생님도 합격생들도 다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영어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애매한 문제는 답지를 보기 전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번 더 붙잡고 넘어가는 게 중요했습니다. 동형 모의고사는 심우철 선생님 2023, 2022를 풀고 타 선생님 것도 같이 풀었습니다.

태정태세문단세만 알던 데서 시작한 한국사

한국사는 문동균 선생님 커리를 탔습니다. 태정태세문단세밖에 모르던 사람이라 가장 걱정이 컸던 과목입니다.

기본강의는 생략하고 한정판 2분의 1 강의부터 들어갔습니다. 판서노트가 글만 있는 요약본이 아니라 그림처럼 그려져 있어서 암기에 훨씬 도움이 됐습니다. 한정판을 한 번 듣고 바로 기출로 들어갔습니다. 기출강의를 듣느냐 마느냐로 말이 많은데, 저는 듣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문제마다 도식으로 필기해주시는 걸 1회독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 받아 적었더니, 반복되는 부분은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외워졌습니다. 중간에 독학으로 돌려보려다 혼자 하니 구멍이 생겨서 다시 강의로 돌아갔습니다.

모의고사는 문단속 파이널, 진도별, D-30, 봉투 모의고사를 같이 돌렸습니다. 점수는 솔직히 처참했습니다. 파이널 12회 중 1회는 40점, 여섯 번은 35점이었고, 마지막 12회에 가서야 70점이 나왔습니다. 점수가 낮을 때마다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속으로 한 번 욕하고 모르는 부분만 머리에 집어넣었습니다. 기출에서 얼마나 다져두느냐가 결국 모의고사 점수로 이어지더군요.

전공은 기출만 풀다 한 번 크게 실패했습니다

전기이론과 전기기기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술직을 보는 분들은 대부분 산업기사나 기사 자격증을 들고 옵니다. 문제 난이도만 보면 기사 시험이 더 어렵습니다. 그런데 종합적으로는 공무원 전공이 더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문제라도 시험장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정확히 풀어내는 건 다른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전공도 다른 과목처럼 개념보다 기출을 먼저 익히고 모르는 부분만 개념을 보는 식으로 했습니다. 그러다 국가직에서 50점, 55점을 받고 크게 실패했습니다. 기출 답만 외웠지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지방직을 다시 준비할 때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기출을 다시 보되, 이번엔 모르는 문제의 개념을 끝까지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아이패드 필기로 정리한 전기이론 회로 도식과 전공 문제집
모르는 유형끼리 묶어 정리하니 점수가 올라갔습니다

저는 아이패드로 공부했는데, 모르는 유형을 한데 묶으면서 정리한 게 점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비슷하게 헷갈리는 유형을 모아두면 약점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전공은 양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틀리는 유형을 좁혀가는 공부가 맞았습니다.

불안함 속에서 꾸준함, 그게 전부였습니다

수험 생활 내내 가장 많이 떠올린 말이 불안함 속에서 꾸준함이었습니다. 처음엔 누구나 의지를 활활 태우며 시작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점수는 안 오르고 멘탈이 흔들렸습니다. 평일에 일찍 도착해놓고도 점심 먹고 집에 와서 쉰 날이 있었고, 주말 하루는 아예 머리를 식히기도 했습니다.

공부는 영가 스파르타 수원점에서 했습니다. 평일은 07시 30분부터 22시까지, 토요일은 18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09시 10분부터 18시까지 열었습니다. 주말엔 일찍 닫아서 근처 스터디 카페를 따로 등록해 서너 시간 더 채웠습니다. 저는 누가 지켜본다는 느낌이 있어야 집중이 되는 사람이라 오픈된 자습실이 잘 맞았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계산은 빠른 편이었지만 암기와 이해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라도 확보하려고 항상 1등으로 도착하는 걸 목표로 잡았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1년을 후회 없이 보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계획표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다음 주 것을 세웠습니다. 영어 단어, 영어 하프 모의고사, 국어 독해, 한국사 요약 강의처럼 매일 하는 것으로 뼈대를 먼저 잡고, 나머지를 채웠습니다. 순공 시간은 따로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채우는 데 집중하면 집중 안 될 때도 그냥 앉아 있게 되더군요. 그보다 오늘 어느 파트를 끝냈는지를 파악하는 게 다음 계획과 성취감에 도움이 됐습니다.

모의고사 점수에 일희일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른 수강생 점수는 높아 보이는데 내 점수만 보면 마음이 내려앉지만, 시험장 들어가기 전에 약점을 알아챈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치고 망가진 상태에서 참고 꾸준히 가느냐, 자책하며 끈을 놓느냐가 결국 합격을 가릅니다. 합격이 될까 하는 불안한 하루를 보내겠지만, 별생각 없이 하던 대로 한 발씩만 내딛으면 됩니다. 저도 그렇게 10개월을 버텨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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