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근무 시작의 설렘
광역교행에 합격해 처음으로 발령을 받은 곳은 한 초등학교였고, 시작 전에는 기대와 동시에 막연한 긴장감이 있었다. 주변에서 남교행이라고 하면 꽤 드물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막상 학교로 배정받고 나니 신기하기보다는 업무를 빨리 익혀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첫 출근날부터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과 교사들의 바쁜 일상을 보면서 이곳에서 어떻게 내 자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그래도 공무원 시험을 치르고 들어온 만큼 일에 대한 책임감은 확실히 생겼고, 평소 민원 응대를 극도로 꺼리는 편이어서 학교라는 환경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원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
다른 직렬에서 일하는 지인들을 보면 공문과 민원에 시달려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초등학교 행정실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대민업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학교 밖에서 문의가 들어오면 기본적인 안내 정도만 해주고, 구체적인 서류나 세부 업무는 실무원이 대부분 처리해 주니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 물론 학교 내 행사 준비나 내부 전산 처리가 몰릴 때는 피곤하지만, 그래도 동네 주민들과 직접 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으니 마음 편하게 일을 배울 수 있었다.
교사와의 처우 차이에서 오는 미묘함
막상 학교에서 같은 시간대에 출퇴근하고 함께 생활하다 보니, 교사와 행정직 사이에 존재하는 처우 격차가 가끔씩 신경 쓰이기도 한다. 급여나 복지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고, 공식적인 소속도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서로 다른 시험을 치르고 들어왔다지만, 매일 만나며 비슷한 업무 환경에서 지내는 입장에서는 비교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원래 비교심이 적은 성격이라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혹시 예민한 사람이라면 이 부분이 제법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변기 막힘과 같은 잡무에 대한 오해
가끔 남자가 행정실에 있으면 자잘한 문제, 예를 들어 변기가 막히면 직접 뚫으러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시설관리직이 따로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 물론 작은 학교나 환경이 열악한 곳이라면 그런 잡무도 해내야 할 수도 있다고 들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시설관리직 한 명쯤은 배치되어 있어 걱정할 일은 거의 없었다. 다만 시설을 점검해야 할 일이 생기면 함께 학교 곳곳을 둘러보는 정도는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교직원들과 협의해야 하니 대인관계를 꾸준히 쌓는 것이 중요했다.
업무 중 가장 힘든 시설관리 업무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업무는 시설관리이다. 급여 업무는 어느 정도 매뉴얼과 지침을 잘 이해하면 반복 작업을 무난히 해낼 수 있지만, 시설관리는 분기나 반기에 한 번씩이라도 점검 상황을 총정리해야 하고, 필요한 회의도 열어야 해 상당히 번거로웠다. 문제는 한 번 프로젝트처럼 시작되면 시간도 많이 들고 다른 사람들의 협조를 얻어야 해서 신경 쓸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도 경험이 쌓이면 점차 익숙해지겠다고 생각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임하는 중이다.
향후 진로와 고민
학교 행정실 근무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언젠가는 6급까지 달아서 행정실장으로도 성장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다만 지금 근무 중인 기관에서 바로 승진하기보다는, 교육청에 지원해서 일정 기간 근무한 뒤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방식을 고민하는 중이다. 교육청에서 경력을 쌓으면 확실히 여러 업무를 폭넓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부에서는 교육청에서만 오래 근무하면 나중에 학교로 돌아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하니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고등학교 근무 같은 좀 더 규모가 큰 환경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남교행에 대한 시선과 내 생각
간혹 공무원 갤러리 등에서는 남자가 행정실에서 일한다고 놀리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일을 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행정실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도 좋고, 아이들과 간접적으로나마 마주하는 순간들이 생기면서 색다른 보람을 느낀다. 더구나 민원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다른 직렬에 비해 학교 환경은 훨씬 평온한 편이라, 오히려 잘 맞는다는 확신이 들고 있다.
발령 두 달차 소감
처음 발령받은 지 벌써 2개월이 지나가면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아직은 모르는 일이 훨씬 많지만, 교무실과 행정실이 함께 돌아가는 방식에 익숙해지다 보니 업무 흐름도 한결 수월해졌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본인의 적성과 업무 환경이 얼마나 어우러지느냐인 것 같다. 교사들과의 처우 차이에서 오는 미묘함이나 시설관리로 인한 부담감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자리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는 데 의미를 찾고 있다. 앞으로 6급 승진이나 다른 형태의 이직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가서 선택의 폭을 넓혀볼 생각이다. 이처럼 학교 현장 안에서 차근히 성장해나가는 방법도 꽤 매력적이라고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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